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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에서 태어나 별로 돌아간다(01)

2024. 12. 25. 22:05
 
유영쓰ㅣ 준비됐으면.. 음......
 
애교해!!!
 
서유영:하?
죽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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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요 근래 장경표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가 않은 태도, 어딘가 멍한 얼굴, 밤이 되면 창 밖만 멍하니 바라보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런 날이 반복되며 당신이 지쳐갈 때 즈음, 장경표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일주일 뒤, 같이 별로 돌아가자.
 
w. 플랑크톤
 
KPC 장경표
 
PC 서유영
 
───
 
20 ■■년 12월 16일, 오전 7시.
 
https://youtu.be/_uISM8rA8cc?si=JcsIjI3FNyZ4bnW3
 
언제나와 같은 아침입니다.
 
서유영 당신은 오늘도 홀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원래 같았다면 분명히 장경표와 싫든 말든 같이 아침을 맞이했을텐데,
 
근래 들어 장경표가 이상해졌죠.
 
늦잠도 자고, 학교도 가질 않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질 않고….
 
나가야 할 때까지 시간은 좀 남아있으니, 장경표의 상태를 살펴볼까요?
 
서유영:(발 끌면서 장경표 있는 편으로 간다. 팔꿈치로 툭툭 친다.)
 
장경표:...... (느리게 고개 들어 바라본다.)
 
서유영:느려. (턱 붙잡고 낯 들여다본다.)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
 
여느 때와 똑같은 장경표의 모습입니다. 조금 잠이 부족해보이긴 하네요.
 
서유영:너 잠 안 잤어?
 
장경표:...잤어. 봤잖아.
 
서유영:나 자는 사이에 뭐했나까진 모르거든.
너 엄마한테 갔지! 마마보이 새끼.
 
장경표:(......) 어젯밤 하늘에서 보인 별이 정말 예뻤는데.
 
서유영:(손 놓는다.) 밤새 별 봤어?
 
장경표:(작게 웃었다.) 달이 밝았어. 날이 흐리지 않아 다행이었지.
 
서유영:요즘 폰으로 다 볼 수 있는 건데. ...재미 없어!
 
심리학 판정
 
서유영:
심리학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장경표:그래도... 난 무척 기뻐. 아주 밝았어.
 
무언가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입니다. 무얼 기대하는 건진 알 수가 없군요.
 
장경표를 챙기다보니 어느새 나갈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당신은 장경표에게 인사를 남기고 집에서 나갑니다.
 
…나가는 도중, 장경표가 뭐라 중얼거리는 게 들린 것 같습니다.
 
뭘까요?
 
듣기 판정
 
서유영:크게 좀 말해! (귀 기울여본다.)
Liste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
 
다시 말할 것 같지는 않네요.
 
서유영:(몰라도 되겠지. 말할 거면 더 크게 말할 것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장경표를 뒤로하고 당신은 학교로 출발합니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살아가야 하니까요.
 
안 그래요? 서유영.
 
20 ■■년 12월 16일. 오후 12시 40분.
 
https://youtu.be/D9A7oaTf9ug?si=yt4m1ic2vPuMaM3Z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장경표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서유영:(대화하던 도중 전화벨 소리에 끊겼다. 한 번은 무시로 일관한다. ...)
 
장경표:(계속 전화를 건다. 받을 떄까지...)
 
서유영:(진동으로, 무음으로 계속 바꿔대도 빛나는 화면. 결국 받는다.) 아침엔 제대로 말 안 하더니. 지금 뭔데?
 
전화를 받아보면, 장경표가 다급하고 왠지 떨리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장경표:…나 너무 무서워. 무서워할 이유가 없는, 데.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분명,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데… 왜이리 무섭지?
 
서유영:(액정 너머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 왜?
악몽이라도 꿨어?
어머니 오신대? 왜 그래.
 
장경표:무서워... 분명. 기대해 마지않던 것인데......
두려워. 유영아, 난 두려워...
 
서유영:아이 씨, 그게 뭔지 말도 안 하고...
나 지금 집 갈까? 같이 있을까?
제대로, 답, 해라.
 
장경표:(숨을 삼키는 소리. 간극이 있었다.)
......
밥은 먹었어?
 
서유영:(귀에 댔던 액정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눈을 위로 한 바퀴 굴린다.)
됐어. 꺼져 그냥.
(이내 전화를 끊는다. 폰은 덮어둔다. 아무리 전화가 와도 받지 않을 심산으로.)
 
심리학 판정
 
서유영:
심리학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장경표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악몽이라도 꾼 걸까요?
 
아, 이런. 점심시간이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상세히 물어보는 게 좋겠군요.
 
20 ■■년 12월 16일. 오후 7시 40분.
 
https://youtu.be/1ZW94OHVfFk?si=7mBaYovaDN57hx5q
 
지친 몸을 이끌고 당신은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이상한 탄내가 진동합니다.
 
이게 뭔 냄새죠? 집 안을 조금 거닐다보면, 장경표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성판정(0/1).
 
서유영: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
장경표. 뭐해?
 
장경표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뜯어내며 불태우고 있습니다.
장경표에게 말을 걸면 깜짝 놀라 서유영을 바라봅니다.
 
장경표는 가스불을 쳐다보다가, 다급히 당신을 보고 고개를 젓습니다.
 
장경표:내, 내가 한 게 아니야...
 
서유영:(빠딱...) 그럼 누가 하는데?
 
장경표:정말... 정말 아니란 말이야...
아, 아아... 전부 돌아가기 위해서였는데...
(다시 머리 쥐어뜯으면서..)
 
서유영:뭐라는 거야...
(어깨를 연속적으로 밀친다.) 이상한 말. 하지. 말라고!
너 이상해졌어...
 
장경표:으, 왜, 왜... 너도 알아주지 않는 거야?
유영이 너도. 돌아가고 싶잖아... 그렇지? (되려 네 어깨 붙잡고.)
 
서유영:무슨... (그 팔을 뿌리친다.) 말을 하는 건데!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 말 좀 해!
 
설득 판정
 
서유영:
Persuade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장경표가 조금 차분해져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설명이라곤 하지만,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별을 위한 희생이라는 둥, 당연한 희생이라는 둥…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장경표는 대화를 멈추고 방으로 도망칩니다.
 
아무리 대화를 해도 더이상 들어주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장경표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건 결국 다음에 물어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일단은 피곤하니, 저녁을 챙기고 조금 쉰 뒤 잠을 자도록 합시다.
 
다음엔 장경표가 제대로 대답해주면 좋을텐데…
 
서유영:(최악이야. 냉장고 뒤져서 대강 끼니를 때운다. 장경표 얼굴은 보기도 싫지만, 내쫓기는 건 싫으니까. 다시 그 방으로 돌아간다.)
 
장경표:(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말을 걸어도 답하지 않는다.)
 
서유영:(이불에 들어찬 번데기를 그대로 발로 찬다.) 됐어. 필요 없거든.
(이불 바깥에 누웠다가 추워 결국 이불 고치 속에 몸 욱여넣는다. 그리고 천천히 잠에 든다.)
 
장경표:(아파...)
......
 
20 ■■년 12월 17일, 오전 2시 50분.
 
https://youtu.be/x0mhZHOfKj8?si=oyBHfevqBXMXMxc5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음과 무거운 몸에 당신은 잠에서 깹니다.
 
듣기 판정
 
서유영:(긴 하품...)
Liste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더 잘까.
 
이게 대체 뭔 소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잠에 방해되기만 하는군요. 피로감에, 당신은 다시 잠에 빠져듭니다.
 
당신을 누르고 있던 존재가 이내 당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합니다.
 
장난같은 걸 하는 게 아닙니다. 그 손에는 확실히, 살인 욕구가 들어있습니다.
 
숨이 막혀 정말로 기절하기 일보 직전, 그는 무어라 중얼거리고 손을 뗍니다.
 
그리곤 내려가 걸어갑니다.
 
듣기 판정
 
서유영:(연신 숨을 토한다. 장경표 이 새끼가...)
Liste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직은 때가 아니야. 참아야 해.
 
너무나도 냉정한 목소리였습니다.
 
목을 졸린 탓인지, 피로감이 순식간에 쏟아져옵니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대체 뭐냐고 말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당신의 시야는 어둠 속으로 침전해갑니다.
 
20 ■■년 12월 17일, 오전 7시 20분.
 
https ://youtu.be/0VZghMkvN6c?si=pCa54IEqK-eKOLLC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새벽의 일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몸이 찌뿌둥하지만, 당신은 어영부영 일어나 오늘도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일어난 김에 장경표에게 어제 일들을 모두 물으려 보면, 장경표가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 책상 위에 올려진 쪽지입니다.
 
나갈 곳이 생겼어. 아마 오늘 안에 들어올 거야. 걱정 마
 
걱정을 안 하게 생겼나요.
 
어제만 해도 이상한 행동이 한가득에, 요즘 마치 죽은 사람처럼 지내더니 갑자기 밖에 나간다니요.
 
전화라도 걸어보는 게 어떨까요.
 
서유영:(쪽지를 구겨서 던졌다가 짧은 고민을 한다. 폰 화면을 켰다 껐다를 한참 반복.)
(결국 전화를 건다.)
 
장경표:(두어 차례 신호음이 간 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유영:(천천히 숨을 고른다.) 어디야.
 
장경표:아, 잠깐 산책 좀 하러…
 
듣기 판정
 
서유영:
Liste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딱히 들리는 건 없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놀러 나간 걸까요…?
 
장경표:...무슨 일 있어?
 
서유영:너 새벽에... ...아니다. 됐다. 일찍 들어와. 올 때 메로나.
 
장경표:(;) 으응... 나 지금 좀 바빠서...
 
잠깐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장경표가 먼저 바쁘다며 전화를 끊습니다.
 
일단은 괜찮겠죠.
 
20 ■■년 12월 17일, 오후 8시
 
https://youtu.be/qlwn2GKFCqU?si=BS5_BsonOx0jDToR
 
집으로 돌아와 TV를 시청하는 도중, 장경표가 집에 돌아옵니다.
 
뭔가 잔뜩 들고 왔네요.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저녁을 먹는 김에 사왔다고 하는군요. 돼지갈비랑... 메로나네요.
 
그는 당신에게 가져온 것을 건네며 TV를 쳐다봅니다.
 
TV에선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자살사고를 타살로 규범하고 수사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의 인터뷰로,
 
“인터넷에서 사람은 무가치한 존재니 별을 위해 돌아가야 한다는 글이 엄청 유행하던데요? 다들 농담으로 써먹지만, 진짜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이 아닐까요?”
 
라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TV를 쳐다보던 장경표가 입꼬리를 올립니다. 그리고 당신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장경표:...사람은 별에서 태어나 별로 돌아간다더라.
유영아, 너는 삶이 가치있다고 생각해?
 
서유영:글쎄. (장경표가 사온 메로나를 뜯는다.) 우리 같은 애들한테는. 아닐지도.
 
장경표:(물끄러미.) 우리 같은 애들?
 
서유영:우리 같은 애들. 부모가 이상해서... 이상해진 애들.
(장경표의 입에 먹던 메로나 물려주고 돼지갈비 꺼내온다. 조금 신났다.)
넌 먹은 거지?
 
장경표:(왜 먹던 걸 줘...) 그건, 우리에게 자격이 주어졌다는 거겠지?
먹고 왔어. 네 생각이 나서.
 
서유영:(수저를 가져다 돼지갈비를 먹기 시작한다.) 되도 않는 소리. 입에 침이나 발라.
(우물대다가...) 자격?
 
장경표:진짠데. 왜 안 믿지...
응, 자격. 우리는 타자에 의해 이상해졌어. 그건 본래의 우리가 아니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었다는 거야...!
 
서유영:그래도 이게 우리지. 이미 만들어져버렸는데.
그리고 너는 근래 더 이상해졌어. 이상한 말만 하고.
그 자격으로, 어디로 돌아가게. 엄마 뱃속?
 
장경표:내가... 어디가 이상해졌는데? 난 멀쩡해.
오히려 아주 명쾌하다고.
비슷해. 그러나 엄마가 그 자격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어.
난 진정 내가 잉태되었던 곳을 원해.
 
서유영:바로 이런 점.
 
장경표:......
 
서유영:넌 갈팡질팡하던 애였잖아. 나처럼.
네 목표지는 태초가 아니었으면서...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어디로 돌아가게?
 
장경표:(그 손 따라 시선 내리고.) 말했잖아. ......내가 태어난 곳.
엄마는... 그래, 엄마는 가짜야.
잠시 몸을, 그 자궁을 빌려 살았을 뿐이야.
내 말 이해하지?
 
서유영:무슨 결론을 낸 건지. 모르겠어.
(머뭇댄다.) 그건... 너의 엄마 뿐이야?
넌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떨어졌어?
 
장경표:(...) 태초에 네가 있던 곳.
우리가 만들어진 곳.
그 기원이, 되는......
 
관찰 판정
 
서유영: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척이나 불안해보이는 모습입니다. 마치…
 
서유영, 당신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함입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취침시간이 다가옵니다.
 
내일은 주말이니 늦게 자도 상관은 없겠지만… 어째선지 무척이나 피곤합니다.
 
장경표와 나눈 대화가 문제일까요?
 
알 방도는 없습니다. 일단은 잡시다.
 
20 ■■년 12월 18일, 오전 11시
 
https://youtu.be/1-Au_oI3iBM?si=DVJNNig6bJMd9GBf
 
모처럼의 주말, 당신은 늦잠을 잤습니다.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장경표가 조금 이른 점심을 준비하고 있네요.
 
그는 당신을 보더니, 네가 늦게 일어날 거 같아서 요리하고 있었단 말을 덧붙입니다.
 
왜 갑자기 생기를 되찾은 듯한 모습일까요?
 
장경표:관찰 판정
 
서유영: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음... 여튼 밝아 보이니 좋다.)
 
스스로 극복이라도 해낸 걸지도 모릅니다. 일단 점심부터 먹을까요?
 
서유영:(뒤로 다가간다.) 밥 줘. 뭐했어?
 
장경표:라면... (달걀 넣을지 말지 고민한다.)
 
서유영:난 반숙이 좋아.
 
장경표:(노력해봄...)
다... 된 것 같은데.
 
서유영:(다짜고짜 계란을 갈라본다.)
 
당신이 계란을 가르자, 완전히 익어버려 퍽퍽한 노른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장경표:......
 
서유영:......연습 좀 해.
 
장경표:...으응.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잠깐 장경표와 수다를 떨다…
 
문득 그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장경표:일주일 뒤, 같이 별로 돌아가자.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요?
 
당신이 뭐라 되물으려는 찰나, 장경표가 먼저 방에 들어갑니다.
 
피로하다고는 하지만, 행동거지가 어딘가 수상쩍습니다.
 
장경표를 따라가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서유영:아 씨...
(곧장 따라 들어간다.) 야! 통보는 싫다고.
 
당신은 장경표를 따라가 방에 들어가는 걸 지켜봅니다.
 
문 틈새로 그를 지켜보면, 장경표가 알약인지 사탕인지 모르겠는 것을 몇 개 삼킵니다.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는 장경표는, 곧 상체가 힘없이 추욱 늘어집니다.
 
휘청거리며 제 방 안을 걸어다니고, 다리에 힘이 풀리자 바닥에 기어다니기도 합니다.
 
책상을 짚고 일어서더니, 손으로 책상을 쓸듯 뒤적이다가 커터칼 하나를 손에 쥡니다.
 
그리곤 그 칼로, 미친듯이 제 팔을 쑤셔댑니다.
 
끈적한 피가 바닥에 툭툭 떨어집니다.
 
장경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몇 번이고 제 팔을 쑤셔대다가 칼을 바닥에 내던집니다.
 
이성 판정. (1/1d2)
 
서유영:(알 수가 없다. 시야가 가물댄다. 당장 먹은 라면이 다시 올라오는 듯한...)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기 판정
 
서유영:
Liste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잘 들어보니,
 
“ 익숙해져야 해. 익숙해져야 해. 그래야 돌아갈 수 있어. ”
 
라며 중얼거리는 것이 들립니다.
 
그 말엔 광기와 희열이 섞여있습니다.
 
관찰 판정
 
서유영: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쁨과 황홀함, 그리고 공포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곧, 중얼거림이 멈추고 광기어린 웃음소리만이 방 안에 울려퍼집니다.
 
이성 판정. (0/1)
 
서유영: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주저앉는다. 장경표를 부르는 것들이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뭉친다...)
 
웃음소리가 잠잠해지고, 이내 장경표는 지쳐 피범벅이 된 자리에 그대로 쓰러집니다.
 
……이 광경을, 뭐라고 형용해야 좋을까요? 서유영.
 
응급처치나 의료 판정
 
서유영:(몰라, 모르겠어... 급하게 설픈 손을 대어본다.)
First Aid Roll
기준치: 40/20/8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장경표의 일상은…
 
어그러지고 망가진지 오래 같습니다.
 
당신이 어찌 생각하든, 오늘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만 갑니다.
 
20 ■■년 12월 18일, 오후 5시.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장경표가 방에서 다급히 뛰어나와 당신을 당황스러운 얼굴로 쳐다봅니다.
 
장경표:저 바닥에 피 뭐야? 내, 내 팔은 왜 이래? 무슨 일이 있었어…?!
 
몇 시간 전 본인이 저지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한 번 대화해보는게 좋겠습니다.
 
서유영:(벌건 눈으로 장경표의 팔을 붙잡는다.) 야. 장경표...
저거 다 네가 그랬잖아 바닥 기어다니고 웃고 끈적거리고...... (엉킨 말. 신물이 올라온다...)
 
장경표:...무슨 소리야?
 
서유영:돌아가려면 익숙해져야 한다고...
......네가 그랬잖아!
 
장경표:내가 왜, 왜 그런 짓을 하겠어...? 아프단 말야.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서유영:나도 몰라. 너는 계속, 요즘 계속 이상한 말만 했잖아. 이상해졌잖아.
그 약, 약 먹고 더 그렇게 된 거 아냐?
(팔을 놓고 방으로 몸을 돌린다.) 버려야겠어...
 
장경표:(급하게 붙잡는다.) 잠깐만...!
난, 나는... 이상하지 않아.
방은 내가 청소할 거야. 엄마가 보면 안돼......
 
…대화가 어찌 흘러가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장경표는 확실히 방금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되려 서유영, 당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목이 졸린 것, 당황스런 전화를 들은 것, 제 머리카락을 태우던 일, 전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수많은 일을 겪으니 피로감만이 몰려옵니다.
 
혹시 모르죠, 아주 긴 꿈을 꾸고 있을지.
 
장경표가 대화를 하다가 먼저 지쳐서 방에 들어갑니다. 당신 또한 지쳤는데도.
 
주말의 시작이 엉망진창입니다.
 
내일은 어디 나가는 게 좋겠어요.
 
오늘은… 일찍 쉽시다.
 
장경표도 서유영, 당신의 얼굴을 더 보고싶어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서유영:(정말 모르는 건 나인데. 왜 자기만... 억울한 마음에 방에 들어가질 않고 소파에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 쫓겨나는 건 본인이므로 그 방에 기어들어간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장경표를 끌어안는다.) ...추워......
 
장경표:(벽면에 표정을 두고. 돌아누운 채다. 이미 흔적을 모두 지우고, 잠에 든 것처럼...)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
 
20 ■■년 12월 19일, 오후 1시.
 
집에서 도망쳐나오듯 당신은 카페로 향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 친구들끼리 모여 떠드는 사람, 불쾌하지 않은 적당한 소음.
 
커피향이 맴도는 카페 안은 많은 일이 있어 지친 당신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오늘은 좀 쉽시다. 장경표를 신경쓰지 말고, 서유영, 당신만의 시간을 좀 가지도록 해요.
 
뭔가 할 게 있을 거 같은데
 
가만히 있기엔 너무 심심하지 않나요?
 
아이디어 판정
 
서유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멍청...)
 
아! 생각난 김에 휴대폰이나 좀 봐야겠어요.
 
쉬러 왔으니 장경표에 대해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어제의 ‘별로 돌아가자’라는 말이 신경쓰입니다.
 
SNS뉴스를 확인해볼까요?.
 
서유영:(밀린 디엠도 확인할 겸 SNS를 켠다. 새 소식이 있으려나...)
 
요즘 화젯거리는 사이비 종교인 것 같습니다.
 
소문과 전도 조심하라는 말만이 가득합니다.
 
허나, 좀 살펴보니 ‘죽음을 구원으로 여긴다’, ‘신도들을 자살시킨다’ … 따위의 내용이 한가득입니다.
 
지능 판정
 
서유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마… 장경표가 이 종교에 빠진 건 아니겠죠?
 
이와 더 관련 있어보이는 건 없네요.
 
서유영:(멍청한 새끼. 더 알아보고자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확인해본다.)
 
뉴스에는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자살 사건이 헤드라인으로 보도되어 있습니다.
 
전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죽었다, 비명을 들었다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들은 확실히 이 사건들을 자살 사주로 판단해 용의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내용…
 
최근 나타난 신종 사이비 종교와 관련되어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내용…
 
어딜 찾아봐도 똑같은 내용 뿐입니다.
 
지능 판정
 
서유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마, 장경표도? …아니, 그럴리가 없을 거예요.
 
일단 장경표를 피해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나왔으니, 카페 말고도 이곳저곳 들른 뒤 조금 늦게 들어갈까요.
 
문자라도 남겨두면 괜찮을 겁니다.
 
오늘은 좀 자유롭게 놀자고요. 장경표도 이상한 짓을 또 하진 않을 겁니다.
 
어제 일로 나름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서유영:(그래. 내가 자기 엄마도 아닌데... 메세지를 남기고 자리를 뜬다.) [늦지 않게 들어갈게]
 
20 ■■년 12월 19일, 오후 10시.
 
당신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안은 고요합니다.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특별한 일이 생긴 것 같진 않군요.
 
장경표는 방에서 자고 있나 봅니다. 굳이 가서 깨울 필요는 없겠죠.
 
오늘은 정말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왔습니다.
 
즐겁고, 장경표가 마음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편안한 휴식이었습니다.
 
이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살아가야죠.
 
주말이 지나가는 게 아쉽다며 투정부리다간 다음 날 지각할지도 모르니까요.
 
20 ■■년 12월 20일, 오전 7시.
 
아침이 밝았습니다. 끔찍이도 싫은 월요일입니다.
 
집 안은 평안합니다. 아무 일도 없고,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늘 그래왔지만, 최근 들어 이상한 일이 많았던 만큼 오늘은 그 느낌이 더욱 각별합니다.
 
장경표는 아직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꼭 깨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깨웠다가 또 곤란해지는 건 사양이지 않나요?
 
일단 본인 앞길부터 잘 보도록 합시다, 서유영.
 
아니, 앞길을 본다기보단 그동안의 악몽같은 경험에 당신이 그를 회피하는 것에 가깝겠군요.
 
밥을 먹고, 씻고, 나가고. 오늘도 하루가 시작됩니다.
 
20 ■■년 12월 20일, 오후 1시.
 
장경표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시간 돼?
 
크리스마스가 무슨 요일이었던가요?
 
오늘이 월요일… 아, 토요일입니다.
 
기억하는 바로는, 토요일은 무척이나 한가합니다.
 
장경표가 먼저 이렇게 묻는 걸 보니, 뭔가 약속을 잡고 싶은가본데…
 
지능 판정
 
서유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크리스마스… 맞다, 저번에 장경표가 말한 일주일 뒤가 25일이었죠.
 
저번에 말한 별로 돌아가자는 얘기랑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랑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어딘지는 그 날 설명할게.]
 
서유영:(주위의 친구가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비싼 식당을 간다고, 밝게 말한다. 화면을 켠다.)
[그렇게 해]
[가자]
 
서유영, 당신이 답장을 하자 더는 문자가 오지 않습니다.
 
서유영, 당신이 시간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조금 수상하지만…
 
 
2024 년 12월 20일, 오후 7시.
 
오늘도 어찌저찌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안은 아침과 똑같이 고요합니다.
 
관찰 판정
 
서유영: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현관에 장경표의 신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인기척도 없습니다. 어디론가 나간 걸까요?
 
집 안을 둘러보면, 식탁 위에 쪽지 하나가 놓여져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쪽지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있습니다.
 
[친구가 저녁 먹자고 불러서 잠깐 나갔다 올게.]
 
짤막한 쪽지입니다. 근데 장경표에게 친구가 있긴 한가요?
 
…그러고보니, 요즘 장경표가 방청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난 김에 방청소를 좀 대신 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그 김에 수상한 건 없나 조사도 하고요.
 
당신이 장경표의 방에 들어서면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진 방이 보입니다.
 
정리를 하긴 하는건지, 읽다 만 책이 한가득 쌓여있고, 온갖 물건이 뒤죽박죽 섞여있습니다.
 
언젠가 취미로 잡았던 물건도 이제는 잊혀져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있습니다.
 
그나마 방 전체에 먼지가 한가득인 것은 아니니 정리를 도울 겸 이것저것 둘러봅시다.
 
서랍책상침대책장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서유영:(더럽게 살기는... 물론 장유영이 어지럽힌 게 태반일 테지만. 서랍을 본다.)
 
삼단 서랍입니다. 정리하지 못해 우겨넣은 물건들이 한가득입니다.
 
관찰력 판정
 
서유영: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그저 이것저것 한가득 우겨넣은 잡동사니 투성이에 불과합니다.
 
정리할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히네요.
 
서유영:(한숨 푹...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대강 들쑤신다.)
 
어라? 세 번째 서랍에서, 쓰레기통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구겨진 메모지 한 장이 보입니다.
 
서유영:(메모지를 본다.)
 
꺼내서 살펴보니… 대략 20명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과 날짜가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
 
지능
 
지능 판정
 
서유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이게 다 누구죠…?
 
마지막에 장경표의 이름은 왜 적혀있죠? 서유영 당신 이름은 또 왜?
 
더 눈에 띄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유영:(장경표가 저렇게 친구가 많았나? 아닐 텐데... 책상을 본다.)
 
이런저런 물건들이 널려있습니다.
 
라이터, 커터칼, 피가 묻은 붕대, 소독약, 등등…. 전부 장경표가 쓰던 걸까요?
 
관찰력 판정
 
서유영: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눈에 유독 띄는 것들은 없습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버립시다.
 
서유영:(보이는 것들은 다 쓰레기 같다. 그냥 다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다 치우면 뿌듯한 마음으로 침대를 본다.)
 
침대 하나만큼은 나름 깨끗합니다.
 
하긴, 최근 몇 달간 장경표는 거의 침대에서만 살았으니까요. 깨끗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이불이나 베개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관찰력 판정
 
서유영:
Spot Hidde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변을 둘러보자 빈 술병, 맥주캔 따위가 침대 옆 바닥에 늘어져있는 것이 보입니다.
 
불쾌한 냄새가 뭔가 했더니, 알코올 냄새였군요.
 
대체 어디서 난 거죠? 지 엄마한테서 훔친 걸까요?
 
서유영:(장경표가 술도 마시던가? 우선 이것도 치워둔다.)
 
더 눈에 띄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유영:(그럼 이제 책장을 치워 볼까...)
 
평범한 책장입니다.
 
장경표가 좋아하는 책, 잡지 따위가 잔뜩 꽂혀있습니다.
 
손을 댄 흔적이 없어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서유영:
Library Use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서유영:(먼지만 대충 정리하고 침대에 도로 눕는다. 이 정도면 집세도 다 낸 셈이겠지?)
 
그렇게 쉬고 있는 도중, 뒤 쪽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조용했는데, 뭐죠?
 
알아차릴 새도 없이 둔탁한 무언가가 당신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당신은 바닥에 저항없이 쓰러집니다.
 
흐린 시야로 보이는 천장, 그리고 장경표…
 
장경표? 언제 온 거죠?
 
장경표의 손에 묵직해 보이는 몽둥이가 들려 있습니다
 
방금 저걸로 당신을 내려친 건가요?
 
이성 판정. (1/1d2)
 
서유영:
SAN Roll
기준치: 52/26/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의 옆에 쭈그려 앉아 장경표는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장경표:네가 보지만 않았어도...
네가 내 방을 헤집어 놓지만 않았어도.
이럴 필요 없었어. 난 이럴 필요 없었어. 이럴 필요 없었다고.
이럴 필요는…….
 
그 표정은 혼란, 환희, 분노, 착잡 등이 섞여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그러진 얼굴.
 
기뻐하는 듯 하는데 동시에 눈물도 흘리고 있습니다.
 
어째서죠? 지금, 당신을 내려쳐놓고 기뻐하는 건가요?
 
아니면 슬퍼하는 건가요, 장경표.
 
이성 판정. (1/1d2)
 
서유영:(난 영원히 널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다...)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2
)
 
=
2
 
이내 시야가 암전됩니다.
 
20 ■■년 12월 ?일
 
눈을 뜹니다.
 
처음 보는 장소입니다.
 
주변은 어둑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일어나 움직이려고 시도해보면, 몸이 움직여지질 않습니다.
 
손목이랑 발목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직감적으로 알아챕니다.
 
묶여있다. 감금당했다.
 
이성 판정. (0/1)
 
서유영: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묶은 걸 풀게 할 방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바닥에 유리조각이나 칼 같은게 나뒹굴면 차라리 위험해도 좋았을텐데.
 
그런 것도 없네요.
 
장경표가 머리를 내려친 이후로 기억이 없습니다.
 
그가 여길 끌고온 걸까요?
 
창 밖에 은은한 달빛만이 내비칩니다.
 
멍하니 쓰러진 채 시간이 가는지 안 가는지도 모르게 있다 보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장경표일까요?
 
장경표:유영아, 미안해, 하지만…
네가, 봐버려서, 어쩔 수 없었어…
같이 별에 돌아가자는 것도 대답 안 해줬잖아.
난, 너라면 같이 해줄거라고 믿었는데.
 
서유영:넌. 네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잖아...
먼저 등 돌리고, 다 알려주지 않고, 무시하고......
나만 뒀잖아! 네가 먼저...
 
장경표:(서유영 앞에 쪼그려 앉는다. 양 수벽으로 그 뺨을 감싸쥐었다. 그의 체온은 차갑다.)
(아니면 서유영의 머리에 열이 오른 건지...)
부탁이야. 함께 돌아가자.
 
서유영:(사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분. 시야와 자아가 멀다. 손은 차갑고 뇌가 둔하다.)
돌아가면, 돌아가면... 어떻게 돼?
우리... 행복해져?
 
장경표:삶을 버리는 거야. 유충이 미성숙한 껍질을 탈피하듯이.
진정한 우리를 데리러 가는 거야.
(과거에도, 미래에도 영구히 자기 자신 말고 다른 것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별에서 태어났어, 유영아. (이마에 입을 맞췄다. 어린 자식을 달래듯이. 겁먹은 애완동물을 길들이듯이...)
 
서유영:(꿈과 같다. 비현실성에 사고가 둔해져 무엇도 알 수가 없다. 장경표의 접촉감만 서유영을 가늠하게 한다. ...)
(익숙하지 않은 손길이다. 이런 건...)
장경표. 난 아픈 게 싫어.
(잘 정돈된 집, 주기적으로 바뀌는 내부, 관리된 집의 관리된 장경표. 그는 너무 다른 존재 같다. 동시에 같은 존재. 그러니까 우리가.)
그래도. 아픈 각질을 벗기고 새 우리가 될 수 있는 거지.
 
장경표:그건 결코 우리가 아닐 거야. 동시에 같은. 나는. 우리가. (...)
......엄마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아픈 걸 싫어하시거든...
(몸을 웅크리듯 숙였다. 머리칼이 네 눈가에 내려앉았다. 횡경막이 수천 마리의 나비에게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유영아. 너는 창조의 기원을 긍정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의 아빠나, 얼굴 모를 엄마, 혹은 그 뿌리 너머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
가짜 삶이야. 가짜의 너야. (네 이름 한 음절씩 끊어 발음.) 서-유-영. 너는 가짜야. 나는 가짜야. 우리는 진짜가 아니야.
찾으러 가자. 우리를. (뺨을 맞댄다.)
 
서유영:가짜의 삶에 나는 왜 아팠던 걸까. 너랑 닮은, 너와 같은 이름의, 같은 거죽의 남자한테. 나는.
우리는... 뿌리부터 이상했던 게. 맞는 거구나.
(맞댄 뺨을 감각한다. 솜털 껍질 피부 근육 핏줄. 고개를 삐딱하게 꺾어 입술을 접붙다.) 그러니까 이건 다 가짜인 거야.
(붙인 입술을 떼지 않는다. 관리되지 못한 입술 각질이 거칠다. 몇 번의 호흡.)
풀어 줘. 나 너를 안아주고 싶어졌어.
 
장경표:(접촉을 감각한다. 이건 가짜. 전부 백일몽에 불과한. 겨울 날의 어느 꿈. 일어나서 눈물을 닦으면 그걸로 끝일 뿐인.)
(그래서 나는 줄곧 너무 슬펐다. 네 절망을 보듬지 못해 아주 슬퍼하고는 했다.)
(기긱, 날 꺼낸 커터칼을 건넨다. 아주 느릿느릿 밧줄을 끊어낸다. 손목과 발목의 제한이 사라진다. 마침내 자유로워진다.)
안아줘. 내 박동을 뺴앗아줘. 전부.
 
서유영:(손과 발을 주무른다. 발로 땅을 딛는데 감각이 어색해서 몇 번을 웃는 낯으로 발가락을 꼼질댄다. 이상하지. 사람 하나가 나는 데엔 꼬박 열 달이 필요한데 나는 그 며칠로 너의 그 말로 새로 태어나진 것 같다.)
(두 발로 서 장경표를 안는다. 잔뜩. 가득. 품에 차라고. 껴안은 장경표에게 무게추를 싣는다. 전신을 기대 점차 몸이 넘어간다...)
(—쿵. 결국 하나처럼 엉켜 뒤로 자빠진다. 그 상태로 장경표의 낯을 쓸고, 부비고, 훑고 적시고. 목을, 쥔다. 어떤 새벽녘처럼 쥐어짠다. 그 낯이 웃는지 우는지 알 길 없다.)
(천천히 몸을 세워 장경표 위에 앉는다. 숨을 들이쉰다.) 가고 나면 무결해지면 좋겠어. 사람이 가장 무결한 때는 갓난장이일 때래.
고해 하나 할까. (급히도 동여맸던 팔을 밟는다.)
장경표. 너는 네 생각만큼 나와 닮지 않았어. 그리고 가끔은 그게. (장경표의 명치를 밟고 선다.) 너무 미웠어. (달음박질 친다.)
 
어딘가 일그러진 하늘,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별들은…
 
곧 당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으로 변질됩니다.
 
수많은 눈이, 당신과 장경표.
 
암흑 속에서 둘을 내려다봅니다.
 
그곳엔 장경표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펼쳐진 암흑, 그리고 당신을 바라보는 눈 뿐.
 
이성 판정.(1/1d2)
 
서유영: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도망치듯 뛰어오면 그 곳은 어느새 장경표의 집입니다.
 
귓가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같이 별로 돌아가자.
 
구원을 받으러 가자.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시야가 어둑해집니다.
 
별 하나 뜨지 않은 밤하늘 속으로, 어두컴컴한 심해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20 ■■년 12월 22일 오전 7시 40분.
 
오늘도 하루가 밝았습니다.
 
어제 보았던 끔찍한 밤의 풍경이 아직도 눈 앞에서 아른거립니다.
 
당신이 공포심에 사로잡히든, 불안에 떨든, 오늘도 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신력 판정
 
서유영: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 곳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잠에 빠져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살아가야 하니까요.
 
결국 당신은 바깥으로 나섭니다.
 
맞다, 장경표.
 
장경표는?
 
아니, 지금은 신경쓸 틈 따위 없습니다.
 
오늘도 살아가야 해요.
 
오늘도…
 
현실에서 도피한다고 지금 이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걸 충분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서유영.
 
장경표와 당신 둘 다 미쳐버리기 전, 적어도 당신만은 멀쩡해야 해요.
 
그렇지 않나요.
 
…아니, 이미 당신도 장경표도 둘 다 미쳐버린 걸지 모르겠습니다.
 
20 ■■년 12월 22일 오후 7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부엌으로 가 몰래 저녁을 챙겨먹습니다.
 
장경표는… 알아서 잘 챙겨먹었겠죠.
 
장경표까지 챙기자니 당신의 마음도 여유롭지가 않습니다.
 
멍하니 밥을 입에 우겨넣다보면, 문득 어여쁜 밤하늘이 떠오릅니다.
 
정신력 판정
 
서유영: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저 별들이 아름다운 하늘일 뿐입니다.
 
무언가 착각이 들 뻔 했지만, 당신은 정신을 부여잡고 입 안에 계속해 식사를 집어넣습니다.
 
저녁을 다 우겨넣고 나면,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TV를 틀면 똑같은 뉴스만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자살, 종교, 별…
 
지능 판정
 
서유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무언가, 중요한 게 있었던 거 같은데. 까먹은 기분입니다.
 
생각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어딘가 턱 막히고, 답답한 기분입니다.
 
마치 무언가가 한가득 쌓여 머릿속을 채워놓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 소파에 그저 늘어지기만 할 때 즈음, 장경표가 다가옵니다.
 
당신에게 사탕 하나를 건넵니다.
 
당신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 사탕을 받아먹습니다.
 
사탕인지 아닌지 분간할 기력도 없는 기분입니다.
 
한 입, 받아먹고, 그 사탕을 입에서 녹여먹다 보면…
 
의식이 끊깁니다.
 
20 ■■년 12월 23일 오전 11시.
 
핸드폰에서 전화가 울립니다.
 
뒤늦게 일어나보면, 아침 7시를 지나 어느새 11시입니다.
 
핸드폰에는 친구들에게서 온 연락이 쌓여있습니다.
 
늦잠을 자버린 걸까요.
 
곤란하네요. 하지만 침대가 너무 포근합니다.
 
일어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집안은 아직 안락합니다.
 
며칠 사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죠?
 
장경표가 당신에게 너무 많은 일들을 저질렀습니다.
 
그도 영락없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위태로워보입니다.
 
동거인이라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당신도 그것에 휘말려 점차 망가져가는 것만 같습니다.
 
동거란 본래 서로의 숨겨둔 낯짝을 드러내게 만드니까요.
 
어젯밤이었나, 분명 무슨 일이 있었는데도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피로감에 짓눌려 침대에 누워있기만 할 때 즈음, 장경표가 문을 열고 당신의 방에 들어옵니다.
 
장경표:……크리스마스. 이틀 남았어, 내일 결정해줘.
 
선택하기 위한 날은 고작 하루, 남았다는 거군요.
 
오늘은 차분히 장경표와 대화를 하며 하루를 보냅시다.
 
어떤 구속도, 애원도, 슬픔도 없는. 진정한 대화를.
 
서유영:장경표.
(대책 없이 불러 한참을 어물댄다.) 나한테 뭐했어?
 
장경표:......뭘 해?
 
서유영:너 때문에 내가 이상해졌어.
 
장경표:이상해진 게 아니야. 본래의 너야.
 
서유영:이런 이상한 게 나라면. 모르는 게 나았을 텐데.
 
장경표:나 때문에? 우리는 모두 계몽을 원해.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나... 너와 함께 돌아가고 싶어.
분명 난생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될 거야.
 
서유영:최후의 크리스마스가 될 거고.
나는 줄곧 새 사람이 되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장경표:새 사람은 될 수 없어. 이 알맹이를 계승하는 이상, 삶을 버리지 않는 이상.
난 돌아갈 거야. 어떻게든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말 거야.
유영아. ...서유영. (새삼스럽게 너의 이름이 어색하다.)
그건 정말 너야? 내가 홀로 왔던 곳에 돌아가면, 너도 돌아가야 해.
지긋지긋한 불행의 연쇄로.
 
서유영:네가 말하는 건 완전한 재탄. 누구도 아닌 너로. 아무것도 아닌 너로.
그럼 난 정말 다시 굴러떨어지게 되겠지. 네 말대로.
근데 그 길만이. 너와 새 가죽을 입는 것만이 내겐 연쇄 절단의 길일까.
그리고 네게도...
 
장경표:(한참을 말을 골랐다. 속이고 싶지 않았다.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엾은, 그런 절망의 가죽을 뒤집어쓴.)
썩은 부분은 끊어내야 해. 토막내어 흔적도 없이 불태워야 해.
그리고, 뿌리부터 썩어버린 우리는......
(소리 내어 웃었다.) 돌아가야겠지. 불시착해버린 세계로부터, 우리가 태어난 별로.
 
서유영:(심장의 진동이 울린다. 네가 말하는 대로 되고 싶다. 되고 싶지 않다. 감상이 교차된다. 상체를 세워 앉는다.)
장경표. (팔을 벌린다.) 안아 줘.
도망치지 않을게. 그러니까. 지금만이라도.
 
장경표:(접촉. 무엇보다도 와닿지 않는 가짜 신체의 접착부. 영혼의 교류만을 진실로 느낀다.)
(팔을 허리에 감는다. 등을 감싼다. 곧 으스러질 몸으로 너를 안는다. 삶이 아닌 듯도 한 가벼운 마찰.)
(매트리스가 그 무게만큼 가라앉는다. 차라리 바다라면 좋을 텐데. 다신 떠오르지 못하게 추를 달고.)
아무리 모질게 대해도. 나 너에 대한 것 느껴. 정말 깊어, 유영아...
 
서유영:(두 팔로 마주 안는다. 따뜻하다...)
있지. 나. 너를 정말 애정해. 너처럼 대해준 사람은 내 생에 없었어.
하지만 우리는 달라. 너는 우리가 닮았다고 했지만. 나는 네게 부러웠어.
이 집도, 이런 침대도, 무관심도 너희 엄마도... ...우리가 하나였다면 좋았을까?
(아주 억세게 끌어앉는다. 그대로 침대에 뉘인다. 그 억제력이 어제와 다르다.) 우리의 모성母星은 어때? 어떤 곳이야?
 
장경표:알 수 없어.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서 무엇도 알 수 없어. 살아갈 수 없어.
(품 속에 욱여안는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분리되어버린 개체로서, 다시 접붙여질 것처럼.)
母星. 무척 아름다워. 어디에나 물이 가득하고, 나는 마음껏 헤엄칠 수가 있었어.
나의 크기에 맞춰, 공간도 변해가. 그 곳에서 나는 비로소 온전함을, 느끼고...
으응. 정말로 따뜻한 곳. 내가 나 자신을 부여받기 전에 머물렀던 진짜 나의 고향.
 
서유영:(합해지고 싶어 무엇도 부정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우리로서 접붙여질 것처럼.)
어쩐지 그곳이 외롭게만 들려. 그곳에서 우리, 함께일 수는 없을까.
그러니까 나는. 이 생을 헐벗어도 좋으니 함께였으면 해.
 
장경표:......하하! 너를 만난 건 역시 행운이었어.
난 이제야 진짜 동반자를 만난 거야.
너만이 진짜 같아.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 되어갑니다.
 
장경표도 당신도, 그동안 있었던 일, 지금의 대화로 충분히 지쳤습니다.
 
아무리 동거인이라도 내내 붙어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각자의 사생활, 개인의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일단은… 오늘은 휴식합시다.
 
 
장경표:(언제나와 같은 방. 세계. 마지막 낙원. 우리는 마주 보고 누워있다. 기대감에 잠이 오지 않는다.)
 
서유영:(눈을 떴다. 가벼운 거리감. 어깨를 가볍게 밀친다.) 왜 안 자.
 
장경표:...곧 크리스마스 이브야, 유영아.
 
서유영:그리고?
 
장경표:(미소 지었다.) 우리의 모성에는 가장 밝은 별이 두 개, 지겠지. 예수의 탄생을 알린 어느 새벽처럼.
 
서유영:아직까지 우리의 모성은 지구야. 늦은 시간이고. (눈 위로 손바닥을 덮어낸다.) 잘 시간이라고.
 
장경표:(그래. 눈을 감는다. 암흑. 고향이 보인다.) 잘 자, 지구에서 봐.
 
서유영:잘 자. 장경표. (그 모습을 밝은 눈으로 본다.)
 
20 ■■년 12월 24일 오후 8시.
 
오늘 하루는 잘 보냈나요?
 
이제 결정할 차례입니다.
 
장경표는 당신을 마주본 채 앉아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내일, 같이 별로 돌아갈까요?
 
서유영.
 
선택은 모두 당신의 몫입니다.
 
장경표:(손을 맞잡았다. 대답을 기다린다.)
 
서유영:가서... 나를 두고 가지 마.
그렇다고 하면 함께할게. (나도 머리가 단단히 이상해진 게 분명해...)
 
장경표:말했잖아. 그 별의 크기는 정확히 우리 둘의 부피가 될 거야.
함께할게. 하나의 몸으로 쌍둥이가 되자.
 
서유영:(악력을 더한다. 그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영원히.
 
END 1.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 별로 돌아간다.
 
서유영, 당신은 장경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장경표:크리스마스 새벽 3시에 돌아가게 될 거야.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장경표는 당신을 이끌고 집 밖으로 나섭니다.
 
아주 긴 긴 길을 지나, 불 하나 비치지 않는 어둑한 숲길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장경표는 하늘을 가리킵니다.
 
캄캄한 하늘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별만이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별이 반짝입니다.
 
장경표:예쁘지?
 
장경표는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짓습니다.
 
며칠간 보았던 혼란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
 
숲 한가운데에 앉아, 당신의 옆에서 별의 수를 헤아리며 새벽을 지새웁니다.
 
새벽이 깊어져갈수록, 주변에 사람들이 한두명씩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입가에 웃음을 가득 꽃피운 채 당신과 장경표를 환영합니다.
 
점점 새벽이 깊어져만 갑니다.
 
밤하늘의 별빛은 더욱이 찬란해져갑니다.
 
그들은 숲이 아닌 다른 곳으로 당신과 장경표를 이끕니다.
 
우리는 별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우리의 행위가 별에 해가 되면 안 된다.
 
그러고는 모래사장에 도착합니다.
 
차디찬 바닷바람이 당신과 장경표의 뺨을 스칩니다.
 
그들은 불을 들어올리고, 당신과 장경표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 별로 돌아간다.
 
무의미한 삶의 반복, 별을 갉아먹는 행위, 그 모든 것을 멈추고 우리는 돌아간다.
 
죽음을 달콤히 여기라.
 
모든 것은 구원이고 안식일지리.
 
당신과 장경표는 사탕을 한 알씩 삼킵니다.
 
어지러워지는 하늘, 별빛은 더욱 찬란해지고 빛나 시야에서 흐려져갑니다.
 
수많은 눈들이 당신과 장경표를 보고 미소짓습니다.
 
그 눈은 사람의 것이었나요, 별이었나요?
 
그것을 구분할 새도 없이 손을 맞잡은 당신과 장경표의 몸에 불이 붙습니다.
 
장경표가 당신과 함께 완전히 잿더미가 되기 직전, 당신의 머릿속에서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갑니다.
 
별은 죽을 때 밝게 빛나며, 초신성을 일으키면서 죽는다.
 
지금 우리의 죽음은, 찬란히 빛나기에…
 
별과도 같다.
 
...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땠나요?
 
울지 않고 착한 아이로 있었나요, 서유영.
 
불리우는 이름이 참 낯섭니다.
 
축하해요.
 
[ 장경표 로스트 / 서유영 로스트 ]
 
END